[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6.20 | 읽는 시간 약 4분]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몸에 대한 걱정이 아닙니다. “회사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27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커리어를 지켜보면서 이 패턴을 반복적으로 봤습니다. 건강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통증이나 치료 과정이 아니라,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입니다.
건강 문제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어차피 나만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오히려 회복을 더 늦추고, 무리한 복귀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커리어 전체에 더 큰 손실을 만듭니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휴직했다가 회복 후 복직을 원할 때, 법적으로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복직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회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부당해고 이후 복직명령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 다뤄지고 있을 만큼, 회복 후 직장으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7년간 채용과 인사를 다루면서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웠던 분들이 복귀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회복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회복기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였습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수술로 두 달간 자리를 비웠던 한 팀장이 있었습니다. 복귀 면담에서 그분이 가장 먼저 한 말이 ‘제 자리, 아직 있나요’였습니다. 저는 그 질문이 한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더 크게 그분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업무에 심신이 지쳐 건강까지 영향을 줄때가 있습니다. 평소 건강관리도 자기관리에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으로 인해 자리를 비워도 이런 불안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본인의 역량을 포지셔닝해두어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복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건강 문제 커리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두 가지 극단입니다. 하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회복에만 집중하다가 복귀 시점에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받는 경우. 다른 하나는 회복 중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해 회복이 늦어지고 결국 더 오래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경우입니다.
현실적으로 권하는 방향은 그 사이 어딘가입니다. 회복기 동안 업무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가벼워야 합니다. 동료와 가끔 안부를 나누거나, 회사 소식을 간단히 챙겨보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업계 흐름을 따라가는 정도입니다. 이것은 일을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완전한 단절로 인한 복귀 시점의 막막함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연결입니다.
산재로 인한 휴직의 경우, 요양기간 중이라도 부분적으로 취업하면서 부분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근로자가 요양과 일을 병행하며 자연스럽게 직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제도를 활용하면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갑자기 전속력으로 복귀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복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복귀 시점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예전과 똑같은 속도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웠던 사람일수록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더 빨리, 더 완벽하게 복귀하려는 압박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압박이 오히려 재발이나 번아웃을 부릅니다.
번아웃이나 신체적 소진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회복도 단계적이어야 합니다. 첫 한두 주는 업무 강도를 조절하고, 점진적으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입니다. 무리해서 한 번에 백 퍼센트로 돌아가려다 다시 무너지는 경우보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 완전히 자리 잡는 경우가 건강 문제 커리어 관점에서 훨씬 현실적입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복귀한 직원에게 무조건 예전과 같은 업무량을 기대하기보다, 일정 기간 적응 구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안정적인 복귀와 더 긴 근속으로 이어집니다.
건강 문제로 6개월간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한 한 직원에게, 저는 첫 2주는 절반 정도의 업무량만 맡기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본인이 부담스러워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누구보다 빠르게 예전 페이스를 되찾았습니다. 천천히 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조직내에서도 어느 한사람의 공백으로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언제라도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이 생겨도 불안감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두는 것도 직원들로 부터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 문제 커리어, 혼자 짊어지지 않기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울 때 많은 분들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합니다. 상사에게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하고, 동료들에게는 아예 알리지 않고, 회복 과정도 누구와도 나누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편으로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신중한 태도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귀 후 관계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신뢰할 수 있는 상사나 동료 한두 명에게는 상황을 알리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회복하는 것보다는 작은 지지 기반이라도 있는 것이 회복과 복귀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건강 문제 커리어는 멈춤이 아닙니다. 다른 속도로 가는 구간일 뿐입니다. 그 구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시 돌아왔을 때의 자리를 결정합니다.
40대 번아웃에서 다룬 것처럼, 건강과 커리어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같은 흐름 안에서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건강 문제 커리어는 멈춤이 아닙니다. 다른 속도로 가는 구간일 뿐입니다. 그 구간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 돌아오는 사람이 결국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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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문제 커리어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