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7.20 | 읽는 시간 약 4분]
“팀장님 밑에서는 배우는 게 없어요.”
후배 직원 면담에서 이 말을 들으면 심장이 한 박자 내려앉는다. 정작 그 팀장은 실적도 나쁘지 않고 인사고과도 무난하다. 회의 때 목소리도 크고, 위에서 보기엔 흠잡을 데 없는 관리자다. 그런데 정작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울 게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늘 성과표에 나타나지 않는 곳에 있었다.
27년 동안 조직 안에서 수백 명의 팀장과 임원을 지켜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좋은 선배 공통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원래 다정하고, 어떤 사람은 원래 무뚝뚝하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건 성격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그리고 습관은, 성격과 달리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선배 공통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순간
인사팀에서 퇴직 면담과 이직 사유 조사를 수천 건 진행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회사를 떠나는 이유의 상당수는 연봉이나 워라밸이 아니라 “이 사람 밑에서는 더 배울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대부분 아주 구체적인 순간에서 시작됐다. 큰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장면 하나였다.
좋은 선배 공통점을 정리하려고 몇 년 동안 메모를 해왔다. 처음에는 열 가지가 넘었다. 그런데 자꾸 줄여보니 결국 세 가지로 압축됐다. 이 좋은 선배 공통점 세 가지가 있는 사람 밑에서는 후배들이 알아서 남았고, 이 세 가지가 없는 사람 밑에서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후배들이 빠져나갔다.
첫째, 정보를 쥐고 있지 않는다
좋은 선배와 그렇지 않은 선배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은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다. 조직에는 반드시 “위에서만 아는 것”이 있다. 인사 방향, 조직 개편의 기류, 프로젝트의 진짜 배경 같은 것들이다. 안 좋은 선배는 이걸 자기 권력의 원천으로 쓴다. 후배에게는 딱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늦게 전달한다. 반면 좋은 선배는 자신이 아는 것을 후배가 판단하는 데 쓸 수 있도록 미리 건넨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결과는 전혀 사소하지 않다. 정보를 쥐고 있는 선배 밑에서 일한 후배는 몇 년이 지나도 늘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 정보를 미리 나눠주는 선배 밑에서 일한 후배는, 어느 순간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왜 어떤 선배는 후배를 방패로 쓰는가
두 번째 기준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프로젝트가 잘못되거나 고객사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선배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선다. 어떤 선배는 회의실 뒤로 슬쩍 물러나며 담당자 이름을 먼저 꺼낸다.
한 조직에서 사업총괄 임원으로 일하던 시절, 큰 계약 하나가 어그러진 적이 있었다. 담당 팀장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임원 회의에 먼저 들어가 “제 판단 실수입니다”라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담당 대리 이름을 먼저 언급했다. 그날 이후 첫 번째 팀장의 팀은 이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두 번째 팀장의 팀은 반년 안에 절반이 넘는 인원이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 좋은 선배 공통점 중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빨리, 가장 정확하게 후배들에게 전해진다는 걸 그때 확인했다.
사업총괄 임원으로 일하던 2016년, 한 팀장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팀원의 실수를 본인 책임으로 먼저 인정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임원들은 그를 낮게 평가했지만, 정작 그 팀은 그해 이직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반대로 매 분기 숫자만 자랑하던 다른 팀장의 팀은 1년 안에 팀원 절반이 사라졌다. 좋은 선배 공통점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순간에 가장 정확하게 드러난다는 걸, 그 두 팀의 1년 치 인사 기록을 나란히 보면서 알게 됐다.
둘째, 실패를 자기 언어로 다시 쓴다
세 번째로 확인한 좋은 선배 공통점은 실패를 다루는 태도다. 후배가 실수했을 때 “왜 그랬어”로 시작하는 선배와 “나도 그때 비슷한 실수를 했다”로 시작하는 선배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전자는 후배를 위축시키고, 위축된 후배는 다음번엔 아예 보고를 미루거나 숨긴다. 후자는 후배가 실수를 감추지 않고 가져오게 만든다.
이건 단순히 말투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실패를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자기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후배의 실패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선배 공통점을 관찰하다 보면 결국 그 사람이 자기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후배의 성장을 자기 성과로 가져가지 않는다
네 번째로 확인한 좋은 선배 공통점은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다. 후배가 만든 결과물을 자기 이름으로 위에 보고하는 선배가 있다. 반대로 굳이 후배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는 선배가 있다. 짧게 보면 티가 안 난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면 후배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다. “저 팀장 밑에 가면 내 성과가 내 것이 된다”는 소문, 혹은 그 반대의 소문. 그리고 이 소문은 인사팀이 채용 면접에서 듣는 말보다 훨씬 정확하다.
좋은 선배 공통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그럼 저건 타고난 성격 아닌가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 27년간 지켜본 바로는, 아니다. 좋은 선배 공통점은 성격이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결과다.
정보를 나누는 선배도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자기가 정보를 못 받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반대의 선택을 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위기에서 앞에 나서는 선배도 원래 용감해서가 아니라, 한 번 물러섰다가 후배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좋은 선배가 되는 과정은 타고난 성품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겪은 나쁜 경험을 반대 방향의 습관으로 바꾸는 일에 가깝다.
조직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쁜 선배 밑에서 일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그대로 되풀이할지, 아니면 반대 방향의 선택지로 바꿀지는 순전히 본인의 결정이다. 좋은 선배 공통점을 갖춘 사람들의 공통점을 하나 더 꼽자면, 이들은 예외 없이 자신이 겪었던 나쁜 경험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잊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팀장이나 임원 자리에 있다면, 혹은 곧 후배를 처음 맡게 될 위치에 있다면 한 가지만 점검해보길 권한다. 내가 후배였을 때 가장 배우고 싶었던 선배의 모습과, 지금 내가 후배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그 거리를 줄이는 일이 결국 좋은 선배 공통점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직에 좋은 선배가 몇 명 있는지가 회사의 미래를 정한다
여기서 시선을 개인에서 조직으로 옮겨보자. 오너나 사업부장 입장에서 보면 좋은 선배 공통점은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는 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직 안에 좋은 선배가 몇 명 있느냐가, 그 조직이 5년 뒤에도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채용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광고를 늘리고 헤드헌터를 쓰면 지원자는 는다. 그런데 좋은 선배 공통점을 갖춘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경력직을 아무리 뽑아도, 그 사람이 들어가는 팀에 좋은 선배가 없으면 1년 안에 다시 나간다. 반대로 연봉이 다소 낮아도 좋은 선배가 있는 팀은 이직률이 눈에 띄게 낮다. 27년간 여러 조직의 인사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확인한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법칙이었다.
그래서 오너나 사업부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지금 조직 안에서 누가 좋은 선배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둘째, 그 사람을 승진시키되 그 사람의 역할이 ‘숫자를 관리하는 사람’에서 ‘사람을 키우는 사람’으로 바뀌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 실제로 많은 조직이 좋은 선배를 임원으로 승진시킨 뒤, 정작 그 사람이 후배를 만날 시간을 없애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좋은 선배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들려면, 그 사람의 시간표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후배 입장에서 좋은 선배를 알아보는 법
반대로 지금 후배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직이나 부서 이동을 고민할 때 연봉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그 팀의 선배가 위 세 가지 중 몇 가지를 갖고 있는지다. 짧은 면접 자리에서도 확인할 방법은 있다. “이전 팀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좋은 선배는 이 질문에 구체적인 이름과 근황으로 답한다. 그렇지 않은 선배는 애매한 일반론으로 넘어간다.
결국 좋은 선배 공통점은 거창한 리더십 이론이 아니다. 정보를 나누는가, 위기에서 앞에 서는가, 실패를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가, 성과를 나누는가. 이 네 가지 장면만 눈여겨봐도 그 사람 밑에서 몇 년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지금 방향을 바꿔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좋은 선배 공통점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더 공통된 태도가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완성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쪽이었다. 좋은 선배 공통점은 결국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그 진행형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지가, 후배들이 조용히 매기는 진짜 평가다.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사람을 키우는 태도는 자리가 아니라 습관에서 나옵니다.
정보를 나누는가, 위기에서 앞에 서는가, 실패를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가, 성과를 나누는가.
이 네 가지는 직급이 오른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 내 리더십 패턴이 후배에게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5분이면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선배 공통점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