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6.01 | 읽는 시간 약 5분]
AI 경쟁력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경력 20년인 당신이 ChatGPT에게 밀린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후배가 AI로 만든 보고서를 30분 만에 완성해서 올립니다. 당신이 반나절 동안 고민하던 것을 말끔하게 정리해서 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나는 이제 뭘로 경쟁하나.”
AI 경쟁력을 논할 때 많은 사람들이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진짜 AI 경쟁력은 AI가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느냐에서 결정됩니다.
이 질문에 틀린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AI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와 정면으로 경쟁하면 집니다. 속도, 정보량, 문장 생성력 — 모든 면에서 집니다. 그런데 경력 20년의 진짜 무기는 AI가 정면으로 이길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딱 하나입니다.
AI 경쟁력의 실체 —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먼저 구분이 필요합니다.

AI가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문장을 깔끔하게 만들고, 반복적인 작업을 오류 없이 처리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패턴으로 읽고 그 패턴을 언어로 출력합니다. 이 영역에서 AI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합니다.
그런데 AI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조직에서 지금 이 사람이 왜 저 말을 했는지를 읽는 것. 회의실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것. 보고서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을 읽는 것. 데이터에 없는 맥락을 파악하는 것.
이것을 행간을 읽는다고 합니다.
AI는 텍스트를 읽습니다. 사람은 행간을 읽습니다. 그리고 20년 경력은 바로 이 행간 읽기의 밀도가 다릅니다.
이것이 AI 경쟁력의 본질입니다. 도구를 쓰는 능력이 아니라 도구가 읽지 못하는 것을 읽는 능력입니다.
행간이란 무엇인가
행간은 단순히 “눈치”가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는 두 개의 언어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하나는 공식 언어입니다. 보고서, 회의록, 공지사항, KPI. 이것은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AI도 읽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공식 언어입니다. 대표가 요즘 유독 자주 꺼내는 단어, 회의 마지막에 나오는 짧은 한마디, 승인이 유독 빠르게 났던 프로젝트의 공통점, 팀장이 특정 안건을 미루는 패턴. 이것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니 AI가 학습할 수 없습니다.
27년간 수천 명의 조직을 운영하면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조직에서 실제 의사결정은 공식 언어가 아니라 비공식 언어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비공식 언어를 읽는 능력은 오직 현장 경험의 축적으로만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경력 20년이 ChatGPT보다 강한 딱 하나의 이유입니다.
진짜 AI 경쟁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AI가 학습하지 못한 이 조직, 이 사람, 이 맥락을 읽는 능력. 그것이 20년 경력이 가진 가장 두꺼운 자산입니다.
행간 읽기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구체적인 장면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대표가 회의에서 “우리 이번 분기 비용 효율화 좀 더 신경 쓰자”고 말합니다. 공식 언어로 읽으면 비용을 줄이라는 지시입니다. AI도 이렇게 해석합니다.
그런데 행간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읽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 말이 나왔는가. 지난달 어떤 숫자가 나왔는가. 이 말을 들었을 때 CFO는 어떤 표정이었는가. 이 발언이 특정 팀을 겨냥한 것인가, 아니면 전사 메시지인가.
이 맥락을 읽은 사람과 읽지 못한 사람은 같은 말을 듣고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조직에서 다르게 평가됩니다.
또 다른 장면입니다. 오랜 경험이 있는 팀장은 팀원이 보고서를 내밀기도 전에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말투의 변화, 보고 타이밍, 표정. 이것이 축적된 패턴 인식입니다. 어떤 AI도 이 조직, 이 사람, 이 맥락을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경력 20년의 행간 읽기가 무기가 되는 조건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경력이 쌓인다고 자동으로 행간을 읽는 능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20년을 일했어도 자신의 업무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 사람은 행간이 좁습니다. 반면 같은 20년을 보냈어도 조직의 다양한 레이어를 경험하고, 의사결정의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행간이 넓습니다.
행간을 읽는 능력은 다음 세 가지가 축적될 때 두꺼워집니다.
첫째, 실패한 의사결정을 분석한 경험. 잘된 것보다 안 된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 행간이 깊습니다. 왜 이 결정이 틀렸는가를 구조적으로 해석한 횟수가 쌓입니다.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직접 다룬 경험. 대표, 팀원, 고객, 협력사.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일한 경험이 많을수록 비공식 언어의 레퍼런스가 넓어집니다.
셋째, 판단의 결과를 직접 감당한 경험. 내린 판단의 결과를 본인이 책임진 횟수가 많을수록 판단의 정밀도가 높아집니다. AI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출력할 뿐입니다. 책임을 진 적이 없습니다.
AI 경쟁력을 높이려면 AI 공부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쌓아온 경험이 어떤 맥락 읽기 능력으로 축적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행간은 어디까지인가
경력 20년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행간 읽기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자신이 조직의 비공식 언어를 어느 정도로 읽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는 잘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직은 다르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스스로는 못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수준의 행간 읽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AI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경험의 밀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조직의 언어로 구사할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AI 시대에 경력 20년의 무기를 제대로 쓰려면 먼저 자신의 행간이 어느 레벨인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조직의 비공식 언어를 읽는 능력, 의사결정의 맥락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 이것이 지금 자신의 커리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진단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AI와 경쟁하려 하지 마십시오. AI가 읽지 못하는 것을 읽는 사람이 되십시오. 20년 경력의 진짜 무기는 속도가 아닙니다. 맥락입니다. 그 맥락을 읽는 능력이 지금 어느 수준인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당신의 20년이 조직에서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스스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지점을 객관적으로 짚어드리는 것이 [LENS] 커리어 진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