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8.10 | 읽는 시간 약 5분]
작은아이가 기숙사가 있는 대학으로 떠나던 날, 짐을 다 옮기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상하게 말이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 방문을 열어봤는데, 책상은 그대로인데 그 방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집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며칠은 홀가분했다. 그런데 그 홀가분함 뒤에 예상 못 한 감정이 따라왔다. 저녁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동안 내 하루의 많은 부분이 아이 스케줄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는 걸, 그 스케줄이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란 무엇인가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는 자녀 양육 중심으로 짜여 있던 시간과 에너지의 구조가 사라진 뒤, 그 빈자리를 자신의 커리어와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작업으로 채우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이 이 시기를 그냥 “허전함을 견디는 시기”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첫째, 허전함의 정체를 정확히 이름 붙인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의 첫 단계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엔 이 감정을 그냥 “쓸쓸함”이라고만 뭉뚱그렸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세 가지가 섞여 있었다. 아이를 향한 그리움, 매일 채워야 했던 역할이 사라진 데서 오는 방향 상실감, 그리고 이제 정말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데서 오는 막연한 부담감이었다. 이 세 가지를 각각 구분해서 보니, 무작정 견뎌야 할 감정이 아니라 하나씩 다뤄볼 수 있는 문제로 바뀌었다.
왜 이 시기에 커리어 재정비가 특히 중요한가
자녀 양육이 중심이던 시기에는, 본인의 커리어 방향을 깊게 고민할 여유 자체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 승진이나 이직 같은 큰 결정도 아이 스케줄에 맞춰 미뤄두거나 조정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자녀가 독립하고 나면,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기준으로 커리어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몇 년 뒤에도 여전히 방향 없이 하루하루를 채우기만 하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를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
둘째, 그동안 미뤄뒀던 질문을 다시 꺼낸다
두 번째 단계는 자녀 양육 때문에 미뤄뒀던 커리어 관련 질문들을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정말 지금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예전에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못 했던 게 있었나” 같은 질문들이다. 나도 이 시기에 오랫동안 미뤄뒀던 질문 하나를 다시 꺼냈다. “조직 안에서만 일하는 게 남은 커리어의 전부일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이, 지금의 이 일을 만든 출발점이 됐다.
셋째, 새로 생긴 시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세 번째 원칙은 자녀 양육에 쓰이던 시간이 그냥 빈 시간으로 남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면, 오히려 그 공백이 허전함을 더 키운다. 나는 이 시기에 일부러 저녁 시간에 새로운 걸 배우는 일정을 넣었다. 처음엔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지금의 커리어 방향과도 연결되는 자산이 됐다.
넷째, 배우자와도 이 시기를 함께 재설계한다
네 번째 원칙은 이 변화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겪는 변화라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던 부부의 대화 주제도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때 각자의 다음 챕터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지 않으면,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가 이후 삶에 미치는 영향
이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이후 10년, 20년의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허전함에 압도된 채로 시간을 흘려보낸 사람과, 이 시기를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은 사람의 이후 삶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나는 상담을 하면서 이 차이를 자주 확인한다.
죄책감 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독립한 뒤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것에 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도 없는데 나만 잘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와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것은, 아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로서 건강한 모델을 보여주는 일이다.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는 부모의 모습은, 독립한 자녀에게도 안심이 되는 신호다.
자녀와의 관계가 새로운 형태로 바뀌는 것을 받아들인다
자녀가 독립한 뒤에도 예전과 같은 방식의 관계를 기대하면 서운함만 쌓인다. 매일 얼굴을 보고 챙기던 관계에서, 가끔 연락하고 만나는 관계로 형태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 변화를 서운함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받아들이면, 자녀와의 관계도 오히려 더 성숙한 형태로 이어진다.
이 시기의 재정비가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것
내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결국 자녀에게도 하나의 본보기가 된다. 부모가 자신의 다음 챕터를 주체적으로 설계해가는 모습을 본 자녀는, 훗날 자신도 비슷한 전환점을 맞았을 때 그 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는 결국 나 혼자만의 과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태도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아이 방문을 낯설게 느꼈던 그날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 낯섦이 곧 다음 챕터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는 잃어버린 역할을 슬퍼하는 시기가 아니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 자신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시기다.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허전함의 정체를 정확히 이름 붙이세요.
미뤄뒀던 질문을 다시 꺼내고,
새로 생긴 시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세요.
지금이 나를 다시 설계할 시간입니다.
5분이면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녀 독립기 부모의 커리어 재정비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