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7.18 | 읽는 시간 약 4분]
“김 과장이 이번에 들어온 신입 좀 봐줘라.”
팀장의 이 한마디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뭘 안다고, 아직 나도 배우는 중인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대부분은 멘토 되는 법을 고민할 때 엉뚱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나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27년간 조직에서 이 장면을 수백 번 지켜본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질문 자체가 틀렸다.
멘토 되는 법의 핵심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 판단 기준이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멘토 역할에서 실패하고, 반대로 이 기준만 갖추면 경력이 짧아도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
멘토 되는 법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
인사팀에서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제가 멘토를 해도 될 만큼 준비가 됐을까요”였다. 이 질문에 “네, 하세요”라고 답한 적은 거의 없다. 대신 다른 질문을 돌려줬다. “당신이 일하는 방식을 말로 설명할 수 있나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 중에는 자기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으로 일하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반면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자기 판단 과정을 언어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멘토 역할을 훨씬 잘 해낸다. 멘토 되는 법의 첫 번째 기준은 실력이 아니라 언어다.
첫째, 실력이 아니라 언어를 점검한다
일을 잘하는 것과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반드시 좋은 감독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멘토 되는 법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최근에 내린 판단 하나를 골라 그 이유를 세 문장으로 설명해보는 것이다. 이게 막힌다면 아직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 업무를 언어화하는 연습이 먼저 필요하다.
시간을 낼 수 있는가, 이 질문을 건너뛰지 않는다
두 번째 기준은 의지가 아니라 시간표다. 많은 사람이 멘토링을 마음의 문제로 착각한다.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멘토링은 물리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 이미 업무량이 한계치인 사람이 멘토 역할을 맡으면, 마음은 있어도 실제로는 후배를 방치하게 된다.
한 조직에서 사업총괄 임원으로 있을 때, 실력은 최고인데 이미 야근이 일상이던 팀장에게 신입 멘토링을 맡긴 적이 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신입은 6개월 동안 질문할 타이밍을 못 찾았고, 팀장은 미안한 마음만 쌓여갔다. 그 뒤로는 멘토를 정할 때 실력보다 먼저 캘린더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업총괄 임원으로 일하던 2017년, 팀 내 최고 실적자에게 신입 세 명을 한꺼번에 맡긴 적이 있다. 실력만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석 달 뒤 신입 두 명이 면담에서 “질문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멘토 되는 법을 판단할 때 실력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시간표라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 그 뒤로는 멘토를 정할 때 반드시 그 사람의 주간 일정표를 함께 확인한다. 과거에는 선후배라는 개념에서 상황에 따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지금의 조직문화에서는 멘토링시스템으로 인재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함으로서 조직의 이탈을 방지하고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조직관리를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이 판단은 한 번 해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새로 해야 한다. 어제는 시간이 있었는데 오늘은 프로젝트가 몰려서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땐 억지로 버티기보다 솔직하게 “이번 주는 어렵다”고 말하는 편이 후배에게도, 자신에게도 낫다. 멘토 되는 법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런 솔직함을 갖고 있었다.
둘째, 자기 성공담을 강요하지 않을 수 있는가
세 번째 기준은 조금 더 미묘하다. 멘토 되는 법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내가 해봤더니 이렇게 되더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건 조언이 아니라 자기 경험의 강요다. 좋은 멘토는 자기 방식을 답으로 내놓지 않고, 후배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 한마디가, 멘토 되는 법과 훈수 두는 법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다.
언어화 연습,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가
멘토 되는 법을 실제로 준비하려면 거창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번 주에 내린 판단 중 하나를 골라, 그 판단의 이유를 세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왜 이 방법을 선택했는가”, “다른 방법과 비교해서 무엇이 나았는가”, “만약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이 세 질문에 답을 적다 보면, 평소 감으로만 하던 일이 조금씩 설명 가능한 언어로 바뀐다.
이 연습을 몇 주만 반복해도 차이가 확연해진다. 처음에는 “그냥 하다 보니 됐다”는 대답밖에 못 하던 사람이, 나중에는 “이 상황에서는 A와 B 중에 A를 골랐는데, 이유는 리스크가 작아서였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하게 된다. 멘토 되는 법의 핵심은 결국 이 언어화 습관을 얼마나 꾸준히 쌓았느냐로 갈린다.
나쁜 멘토가 반복하는 세 가지 실수
반대로 멘토 되는 법을 준비하지 않고 역할만 맡은 사람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실수가 있다. 첫째, 질문을 받으면 정답부터 말한다. 후배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둘째, 자기가 겪은 상황과 후배의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조언은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셋째, 피드백을 결과가 나온 뒤에만 준다. 과정 중간에 방향을 짚어주지 않고, 끝난 뒤에 지적만 하면 후배는 다음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세 가지 실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그리고 습관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점검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멘토 되는 법을 배운다는 건 결국 이 세 가지 실수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고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멘토 되는 법은 완벽함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한다. 멘토 되는 법은 자격증처럼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게 아니다. 매번 새로운 후배를 만날 때마다 다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위의 세 가지 기준, 언어화할 수 있는가, 시간을 낼 수 있는가, 자기 경험을 강요하지 않을 수 있는가는 한 번 통과하면 끝나는 시험이 아니라 매번 다시 점검해야 하는 체크리스트에 가깝다.
오너나 사업부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멘토로 지정할지 결정할 때, 실적표만 보고 판단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실적이 좋은 사람과 멘토링을 잘하는 사람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겹치지 않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조직 차원에서 멘토 되는 법을 제도화하려면, 실적과 별개로 위의 세 가지 기준을 평가 항목에 넣어야 한다.
실제로 사내 멘토링 제도를 다시 설계하면서 평가표를 바꾼 적이 있다. 기존에는 ‘해당 팀원의 최근 2년 실적’이 유일한 선정 기준이었다. 여기에 ‘자기 업무 프로세스를 문서화한 경험이 있는가’, ‘주간 일정에 후배 면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두 항목을 추가했다. 결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멘토링 만족도 조사에서 후배들의 응답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무엇보다 멘토를 맡은 사람들의 번아웃 호소가 줄었다. 멘토 되는 법을 개인의 다짐이 아니라 조직의 제도로 만들 때, 이 두 가지 항목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세대가 다른 후배를 맡을 때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자기 성공 경로가 지금 후배 세대에게도 똑같이 통할 거라는 전제를 내려놓는 것이다. 산업 구조도 다르고,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량도 달라졌다. 멘토 되는 법을 배운다는 건 자기 경험을 전수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경험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계속 의심하는 태도에 가깝다.
처음이라 두렵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멘토 되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히 갖는 두려움, “내가 잘못 가르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사실 좋은 신호다. 이 걱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 오히려 위험하다. 자기 확신만 넘치는 멘토는 후배의 다른 생각을 들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된다.
결국 멘토 되는 법에 정답은 없다. 다만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 “나는 완벽한가”가 아니라 “나는 내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가, 시간을 낼 수 있는가, 내 경험을 강요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이미 멘토 되는 법의 절반은 갖춘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시작한 뒤에야 채워진다. 첫 몇 달은 서툴 수밖에 없다. 그 서투름을 감추려 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오래가는 멘토가 된다. 완벽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시작한 사람만 결국 완성에 가까워질 뿐이다. 오늘 그 시작을 미루고 있다면, 미루는 이유가 정말 준비 부족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부터 구분해보길 권한다.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준비가 됐는지 묻지 말고,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물으세요.
완벽함을 기다리는 사람은 영영 시작하지 못하지만,
기준을 세운 사람은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 판단 기준이 후배를 이끌기에 충분한지
5분이면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멘토 되는 법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