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6.21 | 읽는 시간 약 4분]
삶이 한순간에 흔들리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혼, 사별, 가까운 사람과의 단절, 예상하지 못한 가정의 위기. 이런 일들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순간 일은 가장 멀리 밀려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그 시기에도 출근은 해야 하고, 회의는 잡혀 있고, 마감은 다가옵니다.
개인적 위기 커리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적인 영역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처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27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커리어를 지켜보면서, 삶의 위기 한가운데서 일까지 무너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기를 보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개인적 위기를 겪을 때 사람들의 감정 흐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계, 분노하는 단계, 우울해지는 단계, 그리고 서서히 받아들이는 단계를 거칩니다. 이 흐름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끝나지 않습니다.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같은 상처가 반복되거나, 회복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직장에서의 태도와도 직결됩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아무 일 없는 척 출근하는 것이 강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회복을 더 늦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함께 일했던 팀원이 가까운 가족을 갑자기 떠나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일주일 만에 출근했고, 누구에게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후, 그분은 작은 실수들이 반복되기 시작했고 결국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버티는 것과 회복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모든 위기에 있어 회복탄력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심리적인 충격으로 인해 컨트롤이 잘 안되어 일상생활은 물론 자신의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무너지지 않는 법
개인적 위기 커리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모든 것을 견뎌야 일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직하게 인식하고, 필요한 만큼 속도를 줄이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일을 지속합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런 위기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존재합니다.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경조사가 발생했을 때 사업장은 일정 기간의 휴가를 보장해야 하며, 이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법정 권리에 해당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잊은 채, 무리해서 정상 출근을 고집하다가 더 크게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개인적 위기 커리어를 지키는 첫걸음은 이 제도를 알고, 필요할 때 망설이지 않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난 이후의 시간이 진짜 중요합니다. 법정 휴가가 며칠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회복 과정은 일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평소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업무량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 상사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은 가능하면 며칠 미루는 것,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회의나 대화는 미리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 이런 작은 조정들이 개인적 위기 커리어를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이혼을 겪고 있던 한 임원분과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일하는 게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그분께 한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안건은 2주만 미뤄보자고. 그 2주 동안 그분은 조금씩 자신의 리듬을 되찾았고, 이후 오히려 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 전환이나 환기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에 너무 매몰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이러한 문제가 장기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소소한 행동으로 분위기를 전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짊어지지 않는 것의 힘
개인적 위기를 겪을 때 가장 위험한 패턴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려는 태도입니다. 회사에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가까운 동료에게조차 말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안으로 삭이며 평소와 똑같이 일하려 합니다. 이것이 한동안은 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균열이 쌓이고,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신뢰할 수 있는 한 사람에게라도 상황을 알리는 것이 개인적 위기 커리어를 지키는 데 큰 차이를 만듭니다. 모든 동료에게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직속 상사나 가장 가까운 동료 한 명 정도에게는 “지금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정도의 정보만 전달해도, 주변에서 무리한 업무를 배정하지 않거나 작은 실수에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것은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환경을 조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신호입니다. 27년간 채용과 평가를 진행하면서, 위기를 숨기고 버티다 갑자기 무너진 사람보다, 위기를 인정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선 사람이 장기적으로 더 신뢰받는 경우를 훨씬 많이 봤습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팁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거나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 위기 커리어를 진짜로 지키고 싶다면, 일정 시점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심리 상담은 약한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회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입니다. 회사 내 상담 프로그램이 있다면 활용하고, 없다면 외부 전문가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개인적 위기는 커리어의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기를 어떻게 통과했느냐가 이후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를 겪고도 자신의 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대부분 이전보다 자신의 한계를 더 명확히 알고,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덜 쓰며, 더 단단하게 일합니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다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마십시오. 속도를 늦추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지속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40대 번아웃에서 다룬 것처럼, 삶의 위기와 커리어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같은 흐름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개인적 위기 커리어는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속도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버티는 것입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지속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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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위기 커리어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