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SHERPA 박서현 | 2026.06.11 | 읽는 시간 약 5분]
팀장 역할 압박이라는 말을 꺼내면, 대부분의 팀장들은 잠시 말을 멈춥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맞아요. 근데 이걸 어디 가서 말할 수가 없어요.”
그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위로는 말할 수 없고, 아래로는 말하면 안 되는 자리. 팀장은 구조적으로 혼자입니다.
27년간 수천 명의 커리어를 지켜보면서 반복적으로 목격한 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은 성과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팀장입니다. 그것도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팀장일수록 더 빠르게 지칩니다. 이것이 팀장 역할 압박의 역설입니다.
팀장 역할 압박이 번아웃과 다른 이유
번아웃은 개인의 에너지 고갈입니다. 너무 많이 쏟아부어서 남은 것이 없는 상태입니다. 팀장 역할 압박은 다릅니다. 에너지가 남아있어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에너지를 쓰는 방향이 서로 반대를 가리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제 HR 연구에 따르면 중간 관리자들은 요구가 많은 임원진을 달래고 신입 직원들의 우려와 요구를 해소해야 하는 불가능한 위치에 놓여 있으며, 조사 대상 중간 관리자의 절반 가까이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1년 내에 퇴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수치가 충격적인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닙니다. 이미 팀장 자리에 올라온, 조직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팀장 역할 압박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위에서는 성과를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지원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팀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자원은 그 두 방향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에 대부분 부족합니다. 팀장은 이 간격을 자신의 몸으로 메웁니다. 시간으로, 에너지로, 잠을 줄여가며.
조직관리 임원으로 일하면서 팀장급 직원들의 퇴직 면담을 수백 번 했습니다. 퇴직 이유를 물으면 처음에는 대부분 ‘더 좋은 기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만 더 물어보면 대부분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치이는데, 저를 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조직이 팀장을 얼마나 혼자 두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저도 팀장이었을때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고민과 딜레마에 빠질때 과연 나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직장생활이 8할은 사람과 관계된 일입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 인정을 받아도 복지가 좋아도 연봉이 높아도 좋은 조건과 환경이 때로는 사람으로 인해 아무 소용이 없어 지는 때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팀장들과의 소소한 소통을 위해 분위기를 바꿔보는 상황을 자주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서로의 고민들을 공유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유도했었고 그 결과 안정적인 조직 생활에 임할 수 있게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팀장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3가지 구조
첫째, 팀장은 실패의 완충재가 됩니다
임원이 잘못된 방향을 제시했을 때, 그 결과가 팀원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팀장이 흡수합니다. 말이 안 되는 지시를 어떻게든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서 팀원에게 내려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팀장이 소모됩니다.
팀원이 실수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실수의 책임이 임원에게 바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팀장이 막습니다. “제 책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막는 역할을 반복하다 보면 팀장 역할 압박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자기 소진이 됩니다.
둘째, 팀장의 고통은 말할 곳이 없습니다
팀원에게 “위에서 이렇게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 팀장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임원에게 “저 힘듭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저 사람 버겁구나’라는 평가가 붙습니다. 팀장 역할 압박에서 오는 고통은 그래서 안으로만 쌓입니다.
2025년 조사에서 직장인 번아웃 위험군 비율이 전년보다 10.6%포인트 증가했으며, 직장인 69%가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수치 안에서 팀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높을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은 쌓이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셋째, 팀장은 인정받는 타이밍을 놓칩니다
팀원이 성과를 내면 팀원이 인정받습니다. 임원이 좋은 방향을 제시하면 임원이 인정받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팀장은? 팀장은 실행이 잘 됐을 때는 보이지 않고, 실행이 잘못됐을 때만 등장합니다. 팀장 역할 압박의 가장 조용한 층위가 여기에 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아무도 모릅니다.
임원이던 시절 저도 팀장들을 그렇게 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성과가 나오면 팀을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과를 만들어낸 팀장에게 ‘당신이 해냈습니다’라고 직접 말해준 적이 얼마나 됐는지를 돌아보면 부끄럽습니다. 팀장은 인정을 가장 필요로 하면서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였는데, 저도 그 구조에 무감각했던 것입니다. 이후부터는 회의에서 성과를 팀장으로 인해 좋을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을 공개하게 되었고 때로는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충분한 인정과 노고를 치하는 과정을 꼭 만들어 팀장들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팀장 역할 압박에서 살아남는 방법
구조를 바꾸는 것은 팀장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조 안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있습니다.
위로 올릴 것과 흡수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팀장이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순간 팀장 역할 압박은 한계를 넘습니다. “이것은 제 권한 밖입니다”라고 위로 올릴 수 있는 용기가 팀장의 자기 보존입니다.
아래로는 역할이 아닌 방향을 주는 것이 다음입니다. 팀원에게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는 팀장은 팀원의 의존성을 만들고, 그 의존성이 다시 팀장을 소모합니다. 팀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맥락을 주는 것이 팀장의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갈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팀장 역할 압박이 위험한 이유는 본인이 가장 나중에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팀장일수록 버티는 능력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 버팀이 임계점을 조용히 넘게 합니다.
지금 자신의 커리어 패턴에서 어느 지점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AI가 대체 못하는 40대의 진짜 무기와 직장 내 관계 에너지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클래스101 비즈니스 (2025.09) — 2025년 직장인 번아웃 위험군 비율 전년 대비 10.6%p 증가. 직장인 69%가 번아웃 경험. 조직 차원 구조적 대응 필요성 부각
📌 포춘코리아 (2024.11) — 중간 관리자 절반 가까이가 업무 스트레스로 1년 내 퇴사 가능성 있다고 응답.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압박”이 핵심 원인
SHERPA 인사이트 메시지
팀장 역할 압박은 번아웃과 다릅니다. 에너지가 있어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 위와 아래가 동시에 반대 방향을 당기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먼저 아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시작입니다.
지금 내 커리어 패턴이 어느 지점에서 막혀 있는지,
팀장의 자리가 나를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지.
5분이면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팀장 역할 압박 — 자주 묻는 질문
Decision Lab · 두 가지 출구
27년 조직 경영 | 4050 다음 챕터를 디자인하는 사람 — 수석 SHERPA 박서현 · Decision Lab CEO
